본문으로 건너뛰기

뒤풀이

익명의 예술인과 애호가들의 거침없는 입방아

음악/클래식

[정보]클래식 음악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클래식 (더블베이스)(j******)2시간 전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려 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내용을 작성해봅니다. 저도 클래식 연주자이니 만큼, 클래식에 취미를 붙히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클래식 음악은 통상 어렵고 무거운 음악으로 여겨집니다. 작곡가의 이름은 낯설고, 곡의 제목도 생소하며, 공연장에서는 어느 타이밍에 박수를 쳐야 하는지 조차 조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클래식 음악을 알아가고 즐기기 위해 음악의 역사나 매너를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자연스럽게 음악과 접촉하게 되듯이, 클래식 역시 ‘듣는 것’ 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1단계. 이해하려 하지 말고, 먼저 들어보기! 처음 클래식을 접할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음악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 이 곡은 어떤 형식이지? - 이 작곡가는 어느 시대 사람이지? - 왜 이 부분에서 조성이 바뀌는 거지? 물론 이런 지식은 클래식 곡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처음부터 분석을 하고자 하면 음악은 취미와 즐거움이 아닌 공부가 되어버립니다. 처음에는 그저 음악이 주는 느낌에 집중해보세요. - 밝은지, 어두운지. - 편안한지, 불안한지. -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지. 특정 곡을 들었을 때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갑자기 어떠한 풍경이 떠올랐다면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클래식 감상의 시작은 ‘이해’가 아니라 ‘느낌’입니다. 2단계. 긴 곡보다 짧고 익숙한 곡부터! 베토밴, 모짜르트, 하이든 같이 일반인에게 익숙한 작곡가의 심포니(교향곡)부터 말러, 쇼스타코비치, 브루크너 등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작곡가의 심포니까지 정말 많은 심포니가 있고,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정보를 얻으려 하면 보통 심포니를 논하곤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40분이 넘는 심포니나 오페라 전곡을 들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도 3분에서 10분 정도의 짧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영화, 광고, 드라마에서 한 번쯤 들어봤던 곡부터 시작하면 훨씬 쉽게 친숙해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보았던 멜로디를 발견하는 순간 클래식 음악은 낯선 세계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 옆에 함께 존재하던 음악처럼 느껴질겁니다.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듣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면 좋아하는 부분만 반복해서 들어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곡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3단계. 작곡가보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를 찾기! 처음에는 유명한 작곡가를 우선하여 곡을 찾기보다 자신이 어떤 분위기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먼저 알고 그러한 분위기의 곡을 많이 작곡한 작곡가의 곡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웅장하고 극적인 음악이 좋다면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따뜻한 음악이 좋다면 드뷔시나 사티의 작품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화려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음악이 좋다면 비발디나 리스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잔잔하면서 깊은 감정을 좋아한다면 쇼팽의 음악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클래식에도 취향이 있습니다. 모든 클래식을 좋아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흐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합니다. 어떤 사람은 심포니보다 피아노 독주를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오케스트라보다 앙상블의 소리를 더 좋아합니다. 그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클래식 감상의 재미입니다. 4단계. 같은 곡을 여러 지휘자 혹은 연주자의 연주로 들어보기! 클래식 음악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면, 이제 같은 곡을 다른 연주자가 연주하는 것을 비교해볼 때 입니다. 한 곡의 악보에 적혀 있는 음은 모두 같습니다. 하지만 연주자는 모두 다르게 음악을 표현합니다. 감정부터 테크닉까지, 마치 지문처럼 그 어떤 연주자도 절대로 동일할 수 없습니다. 어떤 연주자는 빠르고 거침없고, 어떤 연주자는 천천히 깊게 호흡합니다. 같은 피아노 곡인데도 어떤 연주는 따뜻하게 들리고, 다른 연주는 차갑고 날카롭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클래식은 단순히 ‘작곡가의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의 감정과 해석이 더해진 음악’이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곡이 생겼다면 다양한 연주자, 오케스트라 혹은 지휘자의 녹음으로 여러 번 들어보세요. “나는 이 녹음이 더 좋다.”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자신만의 클래식 취향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오리지날 가수의 곡이 Main이 되는 팝이나 일반 가요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거에요. 5단계. 음악 속 이야기를 알고 다시 들어보기!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했다면 그때부터 조금씩 그 곡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가면 됩니다. 작곡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곡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어떤 상황에서 작곡되었는지 정도만 알고 들어도 동일한 곡이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예를 들어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던 시기에 만든 곡을 듣거나, 차이콥스키의 삶과 환경, 그리고 감정을 알고 그의 교향곡을 다시 들어보면 이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뷔시의 음악이 인상주의 미술과 비슷한 시대적 분위기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곡의 색채가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지식은 음악을 즐기기 위한 시작 조건이 아니라, 이미 좋아하게 된 음악을 더욱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 6단계. 악기의 소리를 하나씩 찾아보기!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을 때는 항상 모든 소리를 한 번에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느 날은 바이올린의 선율을 따라가보고, 다른 날은 첼로나 더블베이스의 낮은 소리를 찾아서 집중해보세요. 플룻이 어디에서 등장하는지, 호른이 어떤 순간 음악을 넓게 펼치는지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점차 이렇게 듣는 것이 익숙해진다면, 처음에는 하나의 거대한 소리처럼 들리던 오케스트라가 조금씩 여러 악기의 대화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바이올린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클라리넷이 대답하고, 첼로가 분위기를 바꾸고, 금관악기가 음악을 크게 확장하는 순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곡이 아니라 수십 종류의 악기와 수십명의 연주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질겁니다. 7단계. 연주를 보러 직접 한 번 가보기! 어느 정도 클래식 음악이 익숙해졌다면 실제 연주회에 가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악과 공연장에서 듣는 음악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연주자의 아주 작은 숨결과 활 털이 줄을 진동시키는 마찰음부터, 오케스트라 전체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울림까지 같은 공간에서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연주자가 숨을 들이쉬는 순간, 지휘자가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리고 수십 명의 연주자가 동시에 음악을 시작하는 순간은 녹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묘한 긴장감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공연장에서의 예절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연주 중에는 조용히 듣고, 보통 하나의 곡(전악장)이 완전히 끝난 뒤 박수를 치면 됩니다. 잘 모르겠다면 주변 사람들이 박수를 칠 때 함께 박수를 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복장은 정갈한 복장이 좋겠지요! 클래식 공연장은 시험장이 아닙니다. 음악을 들으러 온 곳입니다 :) 8단계. 좋아하는 곡 하나를 오래 좋아해보기! 클래식 음악에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수백 년 동안 숨 쉬고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 곡들이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들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겁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멜로디가 좋아서 들었던 곡이 몇 년 뒤에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기쁜 날 듣는 쇼팽과 힘든 날 듣는 쇼팽은 같은 곡이어도 완전히 다르게 들립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한 번 듣고 소비하는 음악이라기 보다는 인생의 여러 순간에 다시 찾아오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좋아하는 곡이 하나 생겼다면 오래 들어보세요. 그 곡과 함께 자신의 시간도 조금씩 쌓이게 됩니다. PS. 언젠가 저의 연주를 들으러 오시는 것을 기대하며!

댓글 0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주세요. 익명의 한마디가 이 작품의 일부가 됩니다.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글 전체
글쓰기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