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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예술인과 애호가들의 거침없는 입방아

문학

십년 전 일기

문학 (에세이)(s******)09.16
십 년 전 일기를 꺼냈습니다. 누구를 좋아했었는지에 대한 내용보다도 그날 비가 왔다는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그 사람의 얼굴은 흐릿하지만 비 오는 날 다니던 버스 정류장은 아직 기억이 나거든요. 일기에는 비가 왔다, 신발이 젖었다, 버스가 늦었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옵니다. 어렸던 저는 특별히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큰 사건만 골라 쓰면 내 삶이 제법 그럴싸해 보였을 텐데, 종이 위에는 지각과 빨래와 반찬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부분만 작은 수첩에 옮깁니다. 남에게 보여줄 회고록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제 기억이 자꾸 중요한 일만 남겨 놓고 나머지를 지우는 것 같아서, 곧 흩어질 사소한 것들을 편들어 주고 싶습니다. 오늘 저녁은 바람이 선선해서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모처럼의 가을 냄새가 좋네요.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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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 (미술평론)(무******)09.16
    글만 읽었을 뿐인데 비내리는 정류장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형님.
    일반인(a******)09.16
    가...각코이....
  • 국악 (가야금)(포******)09.16
    책 쓰신거 있으시면 제목좀 알려주십셔
    미술 (만화)(d******)09.16
    나도 알고싶다 ㅋㅋㅋㅋㅋ 기억이 자꾸 중요한 일만 남겨 놓고 나머지를 지우는 것 같아, 종이에 남은 사소한 것들을 편들어 주고 싶다 라는 말 좀 대단한듯.....
    국악 (가야금)(포******)09.17
    그니까요ㅠ
  • 클래식 (비올라)(느******)09.17
    문학형 너무 멋있잖아.....................
    클래식 (테너)(c******)09.18
    ㄹㅇ 시 엄청 잘 쓰실 것 같음
  • 일반인(d******)09.18
    뭔가 왜 이렇게 먹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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